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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 E.B 브라우닝

유서니 2011. 1. 17. 12:07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E.B.브라우닝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다만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그녀 얼굴의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나를 사랑한다고는 제발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대여 그런거야 저절로 변할 수도 있고 
당신을 변하게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인연의 사랑은 깨질지도 모른답니다 
또한 내 슬픔을 위로할 생각으로는 
나를 사랑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의 위로로 슬픔을 잊은 사람은 
당신의 사랑마저 잃어버릴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영원한 사랑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다만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낭송 - 최명길

 

   

위의 시는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의 이야기로 꼽히는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의 열애의 기록으로써,

마흔 살의 노처녀이자 장애인이었던 엘리자베스 배릿이 당시로서는 무명시인이었던 여섯 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쓴 연시 라고 한다.

현재에는 문학사적 위치가 남편의 명성에 가려졌지만 엘리자베스 배릿은 당시만 해도 남편보다 훨씬 유명한,

워즈워스의 뒤를 이을 계관시인의 후보로 꼽히는 시인이었다. 어렸을 때 부터 재기가 뛰어나

네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녀는 이미 열 한살 때 <마라톤 전쟁>이라는 4권으로 된 서사시를 발표했다.

 

유복한 가정, 아름답고 전원적인 환경 속에서 시재(詩才)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배릿의 소녀 시절은 행복했다.

그러나 열다섯살 되던 해에 그녀는 말에 안장을 얹다가 척추를 다치고 다시 몇 년 후에는 가슴의 동맥이 터져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1844년에 출판된 <시집 Poems>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젊은 시인 브라우닝은 1845년 1월 10일 지금은 유명해진 다음과 같은 대담한 편지를 쓴다.

 

"배릿양, 당신의 시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합니다. 당신의 시는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온 마음 다해 그 시를 사랑하고, 그리고 당신도 사랑합니다."

 

그해 봄 그는 그녀를 방문하고, 그 후 그들이 결혼할 때까지 약 2년 동안 나눈 연서만 해도 두꺼운 책 두 권에 달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이미 딸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두 연인은 브라우닝의 친구 한 명과 엘리자베스의 하녀만이 참석한 가운데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엘리자베스의 건강을 위해 기후가 따뜻한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브라우닝 부부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으며, 사랑의 힘은 생명의 힘까지 북돋아 배릿은 1849년 아들을 순산했고,

15년 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후 1861년 6월 29일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