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안전벨트의 역사..

유서니 2010. 11. 5. 13:31

얼마 전 국내 최초로 열린 F1경기에서는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머신이 코스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머신의 드라이버는 안전벨트를 풀고 스스로 걸어 나옵니다. 뉴스에서도 자동차 사고에서 안전벨트 덕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속도로에서 연쇄 추돌을 한 고속버스 승객들이 안전벨트 덕에 경미한 부상에 그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착용합니다.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자동차 사고에서 안전벨트의 중요성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요즘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불과 60년 전에는 자동차에 안전벨트가 없었습니다. 

 

 

비행기에서 시작된 안전벨트

1886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발명되고 사람들의 이동수단은 고속화됐습니다. 이전에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이동법이 ‘말’이었으나 이후 120년이 지난 지금 우주를 가로지르고 음속을 돌파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안전벨트는 가장 빠른 이동수단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됐습니다. 바로 비행기입니다. 1900년대 초반의 비행기는 요즘처럼 빠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가장 빠른 이동수단 이었습니다. 프로펠러 비행기로 전투를 하려면 뱅글뱅글 도는 곡예비행도 해야 했습니다. 조종석 뚜껑조차 없던 당시에는 비행기가 도는 사이 조종사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듣기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그래서 1913년 독일 비행가인 칼 고타가 전투기의 회전시 조종사를 밀착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안전벨트를 도입했습니다. 이듬해인 1914년에는 가죽으로 된 안전벨트가 실제로 적용됐습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행기에 안전벨트가 기본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전투기의 비상탈출좌석 초창기 3점식 안전벨트는 전투기의 비상탈출좌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세계2차대전중에 개발된 비상탈출좌석은 고속비행중에도 탈출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스웨덴의 SAAB가 화약을 이용한 비상탈출 좌석을 만들었다. 실제로 사용된 것은 1946년의 일이다. 이전에는 낙하산을 매고 비행기 캐노피를 열고 뛰어내리는 것이 전투기에서 탈출하는 정석이었다. <출처 : (cc) Jon Ascton at en.wikipedia.com>

 

  

자동차에 장착된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 비롯됐습니다. 비행기로 전투를 했다면 자동차로는 레이스를 했습니다. 1930년대에는 길도 반듯하게 뚫리지 않았지만 전쟁을 겪으면서 크게 향상된 자동차의 성능을 바탕으로 경주를 했습니다. 길을 달리다가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거나 웅덩이를 지나면 차 안의 사람이 튕겨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레이싱을 하던 사람들은 스스로 안전벨트를 만들어 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비공식적인 자동차 안전벨트 사용의 시작입니다. 1935년 아우토반이 건설 되면서 속도경쟁은 더욱 가열됐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름슈타트까지의 구간은 활주로의 기능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는데 이 구간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팀을 비롯한 레이서들이 속도경쟁을 벌였습니다. 이때에도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안전벨트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공식적으로는 1936년 스웨덴의 볼보 직원이 아우토반에서 달릴 때 안전을 위해 2점식 안전벨트를 장착한 것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2점식 안전벨트는 차체에 안전벨트의 두 끝을 붙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알음알음으로 사용되던 안전벨트가 본격적으로 차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의 일입니다.

 

 

3점식 안전벨트의 채용

안전벨트의 연구가 진행된 것은 의외로 병원이었습니다. 1946년 미국 캘리포니아 헌팅턴 메모리얼 병원의 헌터 쉘든 박사는 응급실로 들어오는 자동차 사고 환자들을 연구했고 1955년 11월 5일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했습니다. 환자들은 머리나 가슴에 충격을 받았고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머리와 가슴을 보호하면서 차에서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게 하는 장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인 1951년 벤츠와 GM은 시판용 차에 2점식 안전벨트를 채용했습니다. 비행기에 있던 2점식 안전벨트를 자동차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어서 1949년에는 미국차 메이커인 내쉬가, 1955년에는 포드가 그리고 1957년에는 스웨덴의 볼보, 1958년에는 스웨덴 사브가 안전벨트를 도입했습니다.


당시 안전벨트는 선택사양이었습니다. 또한 2점식 안전벨트라서 충돌할 때 머리나 가슴이 충격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고자 스웨덴 볼보의 사장인 거너 엔겔라우는 스웨덴 사브에서 비상 탈출 좌석을 개발한 항공기 안전장치 엔지니어인 닐슨 볼린을 채용했습니다. 닐슨 볼린은 전투기의 비상 탈출 좌석에서 착안해 안전벨트를 개발했습니다.

 

닐슨 볼린의 연구로 1959년 8월 13일 스웨덴 볼보는 자사의 아마존 120, PV544 모델에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했습니다. 이때 발표된 3점식 안전벨트는 현재 사용되는 안전벨트와 거의 똑같은 모양을 가졌습니다. 신체 중에서 충격을 잘 흡수하는 골반과 가슴뼈를 고정시키고, 사람이 차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역할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안전벨트가 무척 귀찮은 것으로 여겨지던 때라 편의성도 고려했습니다. 한손으로 착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3점식 안전벨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주에는 4점식, 심지어 6점식 안전벨트까지 나왔습니다.


3점식 안전벨트의 개발자 닐슨 볼린 스웨덴 볼보에서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닐슨 볼린. 1920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항공기 회사 사브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1958년 스웨덴 볼보에서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다.
<사진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안전벨트와 에어백의 관계

대표적인 자동차 안전장치인 안전벨트는 에어백을 만나서 더욱 효과를 발휘합니다. 사실 에어백은 안전벨트가 없다면 무용지물을 넘어서 오히려 흉기가 됩니다. 에어백에 쓰여 있는 'SRS Airbag(Supplemental Restraint System)'라는 글자가 이것을 증명합니다. SRS는 보조장치라는 뜻으로 바로 안전벨트를 보조한다는 뜻입니다.


사고가 나면 안전벨트는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끌어당깁니다. 또 에어백은 앞으로 튕겨 나오는 사람이 차체에 부딪치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0.05초의 시간입니다. 에어백은 순식간에 작동하기 때문에 사실 에어백이 폭발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에어백의 폭발 때문에 화상이나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나 체구가 왜소한 사람은 에어백이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최근에는 탑승자의 몸무게를 고려해 에어백의 작동을 중지시키는 기능도 도입됐습니다. 따라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은 어떠한 자동차에서도 가장 우선으로 꼽는 안전수칙입니다.

 

에어백과 안전벨트 에어백은 안전벨트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에어백이 작동되면 오히려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차도 있다. 에어백에 씌여 있는 'SRS Airbag'이란 말 자체가 안전벨트를 보조하도록 만들어진 장치라는 뜻이다. <사진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안전벨트착용 의무화 시대

120년의 자동차 역사에서 안전벨트의 역사는 불과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안전벨트가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 목숨을 구했다고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안전벨트 착용으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40% 감소했다고 하고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10년 동안 미국에서 안전벨트가 구한 생명은 5만 명이 넘고 130만 명이 부상을 피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효과가 좋은 안전장치니 세계 각국은 안전벨트 장착 의무화를 단행했습니다. 1969년 영국은 모든 좌석의 안전벨트 장착을 법으로 정했습니다. 1978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안전벨트 장착을 의무화 했습니다. 이때 의무화된 것은 ‘안전벨트’라는 안전장치의 장착이지 착용에 대한 의무화는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착용까지 의무화 하는 추세로 이어집니다. 국내에서는 1986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안전벨트 를 착용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또한 오는 2012년에는 시외버스, 택시 승객에도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다일 / 경향신문 영상미디어국  
디지털미디어를 전공하고 글과 영상, 사진을 아우르는 멀티미디어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신문 창간 60주년 특별기획 '코리안루트를 찾아서' 등 다수의 기획연재에 참여했다. 지금은 '아름다운한국'을 연재하며 매주 전국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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