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연꽃과 바람 - 안재동

유서니 2012. 7. 4. 11:35

 

연분홍색 연꽃 한 송이 앞에서
몸부림치듯 간절하게,
몸뚱어릴 끝없이 흔들어대는
저 바람을 보아라

잡을 것인가, 잡힐 것인가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연꽃과 바람의 긴장이
못갖춘마디의 음표처럼 떤다
슬프게도 바람의 몸부림이
끝내 자연사 되고 마는
허공

가고 없는 그 바람의 넋을
위로라도 하듯
또 다른 바람 하나 다가와선
연꽃의 얼굴에 제 몸뚱어릴
격정적으로 비벼대더니
주책없게도 사정이나 해버린 듯
멋쩍게 어디론가 사라진다
왔다간, 다들 슬프게
떠나가는 바람

바람은 그렇게 연꽃 앞에선
가야금의 현 한 줄조차
튕겨내지 못할
미력한 연주자일 뿐이다
제 몸 사위 하나 제대로
가눌 줄 모르고서
밤낮 술 취한 듯 달려드는,
한낱 매력 없는 춤꾼일 뿐이다
제 간절한 갈망 풀 길 없이

누구에게라도
수시로 몸뚱어린 흔들리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담담한
저 연꽃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