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눈, 살눈, 잣눈, 길눈, 진눈깨비...
도대체 눈은 몇 종류나 될까?
내리는 눈을 얼핏 보고는 그 모습을 세세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내리는 눈의 모양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눈에 다양한 이름을 붙여 불러왔다.
눈꽃은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눈이고,
서리가 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것은 상고대라고 한다.
서리꽃은 유리창 따위에 서린 수증기가 얼어붙어 생긴 꽃 같은 무늬를 가리킨다.
또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은 가랑눈이라고 하는데, 가루처럼 내린다고 해서 가루눈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가리키는 말은 함박눈이고, 갑자기 많이 내리는 폭설은 소나기눈이라고 한다.
서리에는 무서리와 된서리가 있다.
무서리는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된서리는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가리키는데,
'된서리를 맞았다'는 말은 모진 재앙을 당해 풀이 꺾였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서리나 눈이 재앙이나 불행을 뜻하는 예로 '눈 위에 서리 친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불행이 엎친 데 덮쳐 일어난다는 뜻인데, 같은 뜻으로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국질' 같은 재밌는 속담들이 있다.
다만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불행이 엎친 데 덮친 데 엎치며 떼로 몰려오더라도 얼마든지 인생을 향해 웃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불행이 눈이나 서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찾아올 꽃피는 봄날을 기다리며
마음에 불씨 하나 간직하고 얼마든지 더 견뎌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
- 가랑눈 : 가늘게 내리는 비를 가랑비라고 하는데 가랑비처럼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
- 누리 : 싸락눈보다 크고 단단한 덩이로 내리는 눈
- 눈갈기 : 쌓인 눈이 말의 갈기처럼 흩날리는 눈보라
- 눈석임물 : 눈이 녹아서 된 물
- 눈안개 : 눈발이 자욱하여 사방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희부옇게 보이는 상태
- 도둑눈 : 아침에 일어나 탄성을 터뜨리게 되는 눈 ('몰래' 와서)
- 된서리 :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
- 마른눈 : 비가 섞이지 않고 내리는 눈
- 무서리 :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 살눈 : 살짝 얇게 내린 눈
- 소나기눈 : 갑자기 많이 내리는 폭설
- 상고대 : 서리가 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것
- 숫눈 : 눈이 와서 쌓인 채 아무도 지나가지 않거나 밟지 않아서 그대로인 눈
- 자국눈 : 겨우 발자국이 날 정도로 적게 내린 눈
- 잣눈 : 혹은 길눈. 한 자 또는 한 길이 되게 많이 쌓인 눈
- 진눈깨비 : 비와 섞여서 오는 눈
장승욱 <도사리와 말머리, 우리말의 모든 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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