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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유서니 2011. 1. 31. 13:33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글. 이외수 / 낭송. 고은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