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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사랑 2 - 이준호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중에서

유서니 2010. 11. 5. 11:21

술과사랑 2 / 이준호 (낭송: 허무항이)

사랑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울 땐
진한 포도주에 그 사랑을 넣어
살며시 한 잔

사랑이 한없이 고독해져 남을 땐
독한 위스키에 그리움을 담아
천천히 한 잔

뜻대로 되지 않아 그 사랑에 속이 탈 땐
시원한 맥주에 애원을 빌어
벌컥벌컥 한 잔

목이 메이도록 그 사랑이 가슴 아플 땐
쓰디쓴 소주에 그 사람을 타서
씁쓸하게 한 잔

한 사람을 마음에 두고도 말하지 못할 땐
텁텁한 동동주에 객기를 섞어
걸쭉하게 한 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여 얼떨떨할 땐
연한 매실주에 소망을 저어
사뿐사뿐 한 잔

한 사람을 보내고 혼자 남아 괴로울 땐
독주 한 잔과 해독주 한 잔에
떠난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묻어
길게 한 잔.
 
- 이준호 시인의 첫번째 시집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