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들..

비제 <카르멘> 투우사의 노래..

유서니 2010. 11. 4. 12:59
 

투우사의 노래

[카르멘]공연 방법으로 크게 나누어 보면 오페라 꼬미끄(오페라 코미크) 형식과 그랜드 오페라 형식이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일이 있으나 이번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 1875년 3월 3일 빠리의 오페라 꼬미끄 극장에서 초연된 것이 대사가 들어 있는 오페라 꼬미끄 형식의 원전판(原典版)이었다. 이를 출발점으로 하여 이 작품에 갖가지 추가하여 여러 판이 나오게 된다. 먼저 초연한 직후에 비제 자신이 손을 댔다. 제3막의 돈 호세와 에스까밀료(에스카밀료)의 대결 장면이 단축(短縮)되는 등 에스까밀료의 성격이 좀 애매(曖昧)해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빈에서 그랜드 오페라 형식으로 고친 뒤 공연하려 했으나 그 사이에 작곡가가 갑자기 죽었다. 하는 수 없이 친구 작곡가 기로(Ernest Guiraud)가 대사 부분을 극히 간단한 레치타티보로 말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바꾸었다. 그 때문에 특히 준 주역급인 등장인물이나 조연급의 존재감이 희박(稀薄)해져서 드라마 속의 인과관계(因果關係)가 뚜렷하지 않은 부분이 생겨났다. 기로는 제2막의 주막집 장면에 비제의 다른 작품을 추가했으나, 직후(直後)에 마지막 막(본래는 제3막 제2장) 서두로 옮기고, 대신 비제가 직접 쓴 ‘길거리 장사치들의 합창’을 빼는 공연 방법이 습관화되었다. 그랜드 오페라 판은 큰 호평을 받아 세계적인 인기의 길을 열었다. 오페라 꼬미끄 형식의 원전판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진 것은 1964년에 카셀의 알코어 출판사가 에저(Fritz Oeser)가 교정한 판을 그랜드 오페라 판과 양면으로 대조시켜 출판한 뒤부터이다. 유럽에서는 에저 판을 기초로 한 오페라 꼬미끄 형식의 공연이 주류가 되고 있다. 이 에저 판에도 작곡자의 뜻을 살린 복원판이 나오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씩씩한 ‘투우사의 노래’

위세당당(威勢堂堂)한 전주(前奏)를 따라 씩씩하게 노래하는 이 아리아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것은 아리아 후반의 경쾌한 리듬을 타고 노래하는 민요풍의 멜로디가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자연스러움과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여러분의 건배에 삼가 잔을 돌려 드리겠소”(Votre toast, je puux vous le rendre)라고 첫 줄을 곡 제목으로 달아야 되지만 흔히 ‘투우사의 노래’로 널리 알려졌으므로 그대로 따랐다.

 

돈 호세가 떠난 후 카르멘은 투우사와 사랑하게 되나, 결국 비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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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et, [Carmen]
'Votre toast’
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re.
Senor, car avec les soldats
Oui les toreros peuvent s'entendre,
Pour plaisirs ils ont les combats.

Le cirque est plein, c'est jour de fete,
Le cirque est plein du haut en bas.
Les spectateurs, perdant latete,
S'interpellent à grand fracas!

Apostrophes, cris et tapage
Poussés jusqu'à la fureur!
Car c'est la fete du courage!
C'esst la fete des gens de coeur!
Allons! en garde! Ah!

Toréador, en garde!
Toréador! toréador!
Et songe bien, oui, songe en combattant
Qu'un oeil noir te regarde
Et que l'amour t'attend,
Toréador! l'amour, l'amour t'attend!

Tout d'un coup, on fait silence;
Ah! que se passe-t-il?
Plus de cris, c'est l'instant!
Le taueau s'elance
En bondissant hors du toril!

Il s"elance, il entre, il frappe, un cheval roule,
비제, [카르멘]
‘투우사의 노래’
여러분의 건배에 삼가 잔을 돌려 드리겠소.
세뇨르, 당신은 군인이니까
우리 투우사와는 기분이 잘 통하죠,
싸움의 동료로서 즐기기 위해.

투우장은 오늘 축제로 대만원,
투우장은 위아래 층까지 초만원,
구경꾼은 정신없이
서로 왁자지껄 떠들썩하다.

부르고 외치치고 손뼉을 치며
미친 듯이 밀고 당기고,
그도 그럴 것이 배짱의 축제!
용감한 사나이들의 축제니까!
자, 대비하라, 아!

투우사여, 대비하라!
투우사, 투우사!
꼼꼼히 생각하라, 싸우면서 생각해,
검은 눈동자가 너를 지켜보고,
사랑이 너를 기다리고 있음을.
투우사, 사랑이,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모두가 조용해진다.
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외침 소리도 안 터지는 그 순간!
투우가 튀어 오르고
대기실 밖으로 돌진한다!

뛰어 나온다, 들어온다, 부딪친다, 말은 쓸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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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자들과 선술집에 나타난 에스까밀료가 술꾼들과 함께 건배하며 씩씩한 투우의 모습을 노래한다. 노래 속에 “세뇨르, 당신은 군인이니까”하고 은근히 돈 호세를 의식하여 말한 것은 앞으로 벌어질 카르멘과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가사 속의 “여러분”(toréador), "즐기기 위하여"(pour plaisirs), "관중들"(les Spectateurs), "자!"(allons), "대비하라"(en garde) 등 단어가 되풀이 되고, 제4절의 “투우사여, 대비하라”(Toréador; en garde!) 이하 6행은 마지막에 한 번 더 되풀이된다. 또 오페라에서는 그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도중과 마지막에 합창으로 화답하여 한층 더 기분을 추켜세운다.

 

 

이후의 이야기

‘투우사의 노래’는 돈 호세가 ‘네가 던진 이 꽃은’을 부르기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후 귀대 나팔 소리가 울려 돈 호세가 잠시 흔들리다 카르멘과 같이 있기로 동의(同意)하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호소한다.

 

결국 카르멘의 매력에 사로잡혀 선술집에서 만난 도적 일당과 생활이 시작되지만, 카르멘은 술집에서 만난 투우사 에스까밀료를 잊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도적들의 거주지인 바위산에 돈 호세를 찾아 한 젊은 여성이 찾아온다. 어머니의 위급함을 알리려는 돈 호세의 약혼녀 미카엘라였다. 카르멘이 그에게서 에스까밀료에게로 마음이 기울고 있음을 눈치챈 돈 호세는 산을 내려가는 일이 꺼림칙했으나 어머니가 위독(危篤)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별 수 없어 그곳을 떠난다. 둘이 다시 만나는 장소는 돈 호세가 염려했던 대로 에스까밀료가 나타나는 투우장이었다. 이제 곧 투우로 향하는 연인에게 축복의 말을 건네고 홀로 그 자리에 남은 카르멘 앞에 홀연히 나타난 돈 호세는 자기와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고 애원하나, 당신하고는 이미 옛날에 끝났다며 잘라 말하고 지난날 그에게서 받은 반지를 던져주는 카르멘 앞에 이제는 끝났음을 깨닫고, 투우장에서 들려오는 환성(歡聲)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에게 다가 가 격분한 돈 호세는 단도(短刀)를 그녀 가슴에 꽂는다.

 

 

추천 음반

[CD] 끌뤼땅스 지휘, 빠리 오페라 꼬미끄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0) 미쉘 당(Br) EMI

빠른 리듬과 예리한 액센트, 몰아치는 듯한 직선적인 표현 등은 젊은 날의 기백 넘치는 끌뤼땅스(André Cluytens, 클뤼탕스)의 지휘를 실감케 해준다. 캐스트는 당시 오페라 꼬미끄 극장의 일급 가수가 다 망라되었다. 이 작품은 원래 불란서 오페라 꼬미끄 양식을 따라 노래와 노래 사이를 대사가 이어가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한동안은 그 대사를 레치타티보로 바꾸어 그랜드 오페라 풍으로 공연했다. 카라얀 지휘도 쁘레트르 지휘도 모두 그런 연주였다. 그러니 끌뤼땅스 반은 정확하게 대사를 넣어 오페라 꼬미끄의 양식을 지킨 연주이며 비제가 작곡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헤아릴 수 있는 녹음이다. 순수한 불란서적인 향기와 분위기를 이만큼 물씬 풍기는 음반도 없다. 귀중한 역사적 명반이다.


앙드레 클뤼탕스의 카르멘 모음곡집(좌) 오페라 전곡녹음반(우).

 

 

 

안동림 / 전 교수, [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의 저자
전 청주대 영문학과 교수이며,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작가이자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다.
저서로는 [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장자], [벽암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