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가끔은 그대와 - 안재동
유서니
2011. 4. 11. 16:00
가을비가 하염없이 낙엽을 적시거나
함박눈 송알송알 쏟아지는 날이면
어느 찻집에 들러 그대와 마주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이나 마시고 싶다
찻집으로 그대와 함께 가도 좋고
찻집에서 그대를 기다려도 좋고
그 즐거움과 설렘의 순간은
매일반일 터이지만
나는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싶다
그대와 함께 움직일 수 없어
내 그대를 기다려야 한다면 설령
기다림에 한나절이 다 가도 좋고
늦은 밤, 찻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그대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그대와 만남의 약속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은 언제나 화안하리
차를 마시면서 내 차마 쑥스러워
그대 얼굴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거나
말주변이 없어 그대를 웃음 짓게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가슴만 속절없이 타게 될지라도
나는 그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리
그대와 마주할 수만 있다면
찻집의 종업원에게 전하는
그대의 메뉴 선택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일 것이고
따뜻한 찻잔을 받아들었을 때
찻잔의 온기를 통해 전해질
그대의 따사로움을 느끼고 싶다
아무런 접촉이나 말없이도
사람과 사람이 연을 맺어
일생을 산다는 것은
억겁의 우주 시간대 속에서는
사람이 마주앉아, 겨우 차 한 잔정도
마시는 일과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까
먼지 많은 이 세상에 태어나
평생 컥컥 거리며 살아가는
그대와 나 혹은 우리,
가끔은 한껏 설레는 가슴 안고
어느 시골의 골목길
허브향 그윽한 찻집에서 수줍게 만나
차 한 잔이나 따뜻하게 제대로
마실 수 있었으면